Singapore Story

싱가포르 호커 센터 ‘불참금지 규정

슬대표 2025. 5. 17. 18:05

싱가포르 호커 센터 ‘불참금지 규정’ – 누구를 위한 룰인가?

혼자서 가게 문을 열고, 아침이면 어딘가 약간은 묵직한 피곤이 얼굴을 감싼 채로 냄비를 달구고, 손님을 맞이하는 그 순간. 이게 바로 싱가포르 호커(길거리 음식 장수)들의 하루의 시작이에요. 그런데, 혹시 아픈 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날엔 가게 문을 닫아야만 할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라도 일터에 나가야 할까요? 이 나라에서 호커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또 각종 규정 앞에서 얼마나 애매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지 말이에요.

호커, ‘불참금지 규정’이란?

싱가포르에는 ‘호커 스톨 불참금지 규정’이란 게 있어요. 간단히 말하면 NEA(국립환경청)에서 내놓은 규정인데, 호커 본인이 반드시 자신의 가게에서 직접 일해야 하고,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절대 남에게 슬쩍 맡겨놓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는 거죠.

이 규정이 왜 생겼는지 궁금하시죠?

호커센터 임차인 직접 운영 규정, 배경과 의도

진짜 문제는 ‘전대(subletting) 금지’에 있어요. 일부 임차인이 저렴한 공공임대료로 가게만 따놓고 실제로는 직접 일하지 않고, 남에게 비싸게 렌트해주는 일이 생기니까 생긴 규정이에요. 공공 시장의 투명성, 그리고 누구나 공평하게 작은 음식점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 듣기엔 납득 가지만, 막상 호커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져요.

관료의 말만 듣고 있자면 아주 깔끔하죠. “본인이 직접 장사 안 하면 계약 취소!” 그런데 실상은요. 호커들 중에는 70, 80 넘은 어르신도 많고, 만성질환자도 있고, 온 가족이 내는 벌이가 이 문간 하나뿐인 경우도 숱하게 많아요. 만약 장기적으로 몸이 안 좋아져서 가게에 못 나오게 되면, 이 규정 때문에 자리를 반납해야 해요. 그게 생계의 거의 전부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압박일지.....

호커들의 현실: 아파도, 피곤해도 무조건 출근?

최근 이런 일이 있었어요. 70대 할머니 호커가 건강이 크게 안 좋아서 가게를 잠시 못 나왔는데, 그 자리를 남자인 친구(아저씨)가 임시로 맡아줬죠. 사실상 규정 위반이지만, 누가 봐도 가족이나 지인의 응급 대리출근이잖아요?

하지만 NEA 기준에선 본인 불참 → 경고 또는 계약 해지! 2024년엔 실제로 230여 명이 넘는 호커가 불참금지 규정 위반으로 경고장을 받았고, 30여 곳은 실제로 퇴거통지까지 받았대요.

실제 인터뷰 중엔 이런 사람도 있었어요. "나는 고혈압 때문에 힘들 때가 많은데, 친척이 오전, 오후를 도와주고 저녁에 내가 나온다. 근데 규정대로라면 이것도 불안한 거다" 생각해보세요. 감기로 며칠만 쉬면 월세 날아갈 수도 있다는 현실…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규정 전후 상황 예시 실제 호커 조치 사례
본인 외 대리 근무 경고 혹은 해지 위기, 벌금 부과 등
친족 일시 대리운영 충분한 설명과 증빙 있어야만 용인 가능
장기간 부재 (병원/가족사) 임차 해지 및 수입 상실 위험
단기 휴가/여행 거의 불가, 소명 어려움, 보통 강행근무

불참금지 규정이 좋은 점 – ‘부당임대(전대)’ 막기

‘지키는 사람들은 억울하다’고도 하죠. 근데 솔직히 이런 규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 아주 싼 월세로 가게 이름만 올려놓고 실제론 돈 받고 남 주는 식의 전대 장사는 당연히 막아야 해요. 이러면 음식 값도 오르고, 진짜 꿈꾸며 장사하려는 젊은 친구들은 설 자리가 없거든요.

실제로 임대자격 요건을 완화시켜주는 ‘공공호커 정책’이 있으니까, 싱가포르는 시장 감시를 꽤 빡빡하게 해야 해요. NEA도 “빈틈 보이면 전대꾼만 늘어난다”는 기본 입장이에요. 계약자가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 시장 건전성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지만… “호커들은 로봇이 아니잖아요”

문제는, 정말 열심히 일하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 호커에게도 ‘기계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예를 들면, 임신 중인 여성 호커가 힘들어서 하루 이틀 못 나오는 것도 규정 위반, 그리고 가족 행사, 이슬람 순례(하지) 같이 중요한 인생 이벤트도 모두 출근을 강요받아요.

“ 몸이 아파도 문 닫을 수 없으니까 마스크끼고 8일 내내 일했다. 아니면 월세는 어떻게 내고 가족은 뭘 먹고 사나… ”

 

그러고 보면 우리도 아픈 날, 진짜 힘든 날 쉬고 싶어도 ‘회사에 누가 대신 내 자리에 서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있잖아요?

정부의 유연성, 부족하지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NEA도 아주 꽉 막힌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본인이 입원하거나, 한달 이상 장기질환이 생겼다, 이럴 땐 가족 공동운영자나 친인척을 공동사업자로 등록해서 일정 시간 이상 같이 일하는 식으로 ‘임시 대리 운영’을 일부 용인합니다. 다만, 공동 운영은 각각 하루 4시간씩은 최소로 직접 봉사해야 하고, 중복해서 있을 수 없다는 식이에요. 딱 봐도 ‘쉬운 대리운영’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셈이죠.

게다가 단기적인 휴가, 순례, 여행 등은 아직도 ‘NO’에 가깝고, 규정 보완에 대한 호커들의 요구는 계속되고 있어요.

모두가 원하는 건 “관행보다 현실 고려한 유연함”

싱가포르 길거리 음식문화는 UNESCO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된 만큼, 지역사회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아끼는 자산이에요. 근데, 그 명맥을 이으라고 등 떠미는 동안 현실에선 젊은이들은 호커가 되기 힘들다고 말해요. 장시간, 휴식 없음,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서 그렇죠.

“ 옛날엔 어르신들이 자기 인생 전부를 장사에 쏟았지만, 이젠 새로운 세대는 가족과 삶의 균형, 자기만의 브랜드, 밸런스 있는 길을 원하거든요. ”

 

이쯤에서 전문가들은 현장 목소리대로 ‘본인 외에 대체자(로커, locum, 임시 대리) 제도’라든가, 휴가일 허용 같은 유연성 확대 방안을 제안합니다. “누구든 아플 수 있고, 사람이니까요.” 실제로 2025년부터는 장기체류 비자 소지자도 조수로 쓸 수 있게 하는 등 서서히 변화가 싹트고 있어요.

잠깐,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

  • 전대(불법임대) 막는 건 시장 건강 위해서 반드시 필요
  • 단, 병/가족/불가피한 상황 등 ‘인간’ 본연의 사정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부족
  • 고령 호커와 신진창업자, 서로 다른 세대에 맞는 규정 정교화 필요
  • 시대 변화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휴게/휴가 제도 등도 도입 필요성 부각
  • 호커문화의 전통과 공정, 동네 삶의 질까지 모두 아우르는 대안적 논의가 계속 필요!

정말, 호커 한 분 한 분의 그 ‘지켜온 자리’엔 인생의 무게가 담겨 있어요. 기계식 딱딱한 규정만이 아닌, 각자의 고단한 사연과 가족사를 존중하는 유연한 정책과 지역의 따스한 시선이 함께하는 길. 그게 진짜 싱가포르 호커문화를 살리는 방향 아닐까요?


 

여러분은 동네 호커센터의 단골집이 있나요? 외국인으로서 그들의 일상과 고민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우리가 자주 가던 그 식당,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한 편, 다 같이 공감해주면 어떨까요? 오늘도 맛있는 한끼~ 호커센터에 가보세요!